경상도 사투리는 크게는 도 별로, 작게는 지역별로 다른 것을 알고 계시나요? 미디어 콘텐츠의 경상도 캐릭터 대부분이 부산 사투리를 구사하기 때문인지 몰라도 사투리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 사실을 놀라워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저는 경북 영주 사투리를 사용합니다. 영주는 인구가 적고 위로 강원, 충청도와 인접한 영향으로 경북 내에서도 독특한 사투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티스트 '볼 빨간 사춘기'가 데뷔하기 전까지 영주에 대한 인식이 바닥이라 타지에 사는 지인들이 "북한 말,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상한 사투리"라고 평가한 적도 있었고, 제가 입을 열기만 해도 빵빵 터지는 분들까지 있었으니까요.
오늘은 여러분들께 그 희귀한 영주 사투리의 특징과 매력들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1. 영주 사투리의 특징
앞서 말씀드렸듯이 충청도, 강원도, 경상도 사투리의 영향으로 경북 내에서도 나름 독창적인 영주 사투리만 따로 구분한 뒤 적는 것은 어렵습니다. 따라서 제가 영주에 살면서 들은 단어 위주로 작성하였으니 이 점을 참고해 주시면서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가. 주요 특징
1) 의문사는 "~야?" 대신 "~라?", "~나?"를 사용합니다.
영주는 의문사가 "~가"가 아닌 "~라?"로 끝나는 특징이 있습니다. 뜻은 "~야?", "~니?"로 이해하시면 편합니다. 전 국민이 알 정도로 유명한 "가가가가"를 대표적인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표준) 그 사람이 (내가 아는) 그 사람이야? or 그 사람이니?, 걔가 걔니?
영주) 가가가라?
표준) 그 정도야?
영주) 그 정도라?
- "~었니?"는 "~나"를 사용합니다.
표준) 밥 먹었니?
영주) 밥멌나?
표준) 이게 맞니?
영주) 맞나?
표준) 내가 얘기했어 안 했어
영주) 내가 얘기했나 안 했나
- 예외의 경우 "~래", "~로"를 사용합니다.
표준) 뭐야? or 뭐니?
영주) 뭐로?
표준) 에이, 아니야
영주) 에이, 아이래
2) 종결어미는 "~니껴?"를 사용합니다. 표준어는 "~어요?"에 근접합니다.
표준) 식사하셨어요?
영주) 밥은 자셨니껴?
표준) 오셨어요?
영주) 오셨니껴? or 왔니껴?
표준) 벌써 가셔요?
영주) 벌써 가시이껴?
3) "~세요" 표현은 "~ㅔ이"로 변환하여 사용합니다.
- 동갑이나 손아랫사람, 말을 놓는 사람에게는 "~레이", "~제이" , "~데이"를 자주 사용합니다.
표준) 잘가, 안녕.
영주) 가레이.
표준) 다음에 봐.
영주) 담에 보제이.
표준) 이거 해야 돼.
영주) 이거 해야 된데이.
- 손윗 사람에게는 "~세이"를 사용합니다.
표준) 안녕히 가세요.
영주) (안녕히) 가세이.
※ 웃어른에게는 "~세이" 표현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가세이'는 상황과 억양에 따라 '구석진 곳'이 될 수 있습니다.
표준) 저희 가볼게요.
영주) 저희 가니데이.
표준) 전화 주세요.
영주) 전화 주세이.
4) "~해버려"는 "~부래"를 사용합니다.
표준) 참지 말고 상사한테 얘기해버려
영주) 참지 말고 상사한테 얘기해부래
나. 받침을 떼고 변환하는 표현이 많다.
- 영주 사투리는 받침을 떼고 뒷말에 모음 'ㅏ'를 'ㅐ'로 변환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표준어 : 영주 사투리
- 난쟁이 : 난재이
- 호랑이 : 호래이
- 몽둥이 : 몽두이
- 농땡이 : 농때이
- 사람 이름을 부를 경우 받침자가 'ㅇ', 'ㄴ' 자로 끝나면 뒤에 뒤에 '이'를 붙입니다.
* 표준어 : 영주 사투리
- 홍길동 : 홍길도이
- 성춘향 : 성춘햐이
- 이몽룡 : 이몽료이
- 김대한 : 김대하이
2. 재밌는 영주 사투리들
가. 단어
- 동물, 곤충
- 개구락지 : 개구리
- 얌세이 : 염소
- 고녜이 : 고양이
- 달구 : 닭
- 호래이 : 호랑이
- 벌거지 : 벌레
- 범위, 단위
- 서낱 : 조금
- 한테 : 한 곳에, 한 군데에
- 가-지다 : 그 정도가 끝이다
- 고메가 고메 : 그게 그거(고메이, 그매이 등으로 변형이 가능함)
- 거서 거 : 거기서 거기
- 사람, 신체 관련
1) 사람
- 걸베이 : 거지
- 난재이 : 난쟁이
- 다릐 : 다른 사람, 다른 이
- 메란다이 : 답이 없는 사람, 상종하기 꺼려지는 사람
※ 후술하겠지만 '메란'이 붙으면 부정적인 뜻으로 '개판'으로 이해하시면 편합니다.
- 엿재이 : 엿장수
- 자부래이 : 잠을 많이 자거나 잘 조는 사람
- 가시나 : '계집아이'의 방언, 요즘 쓰면 욕먹습니다.
- 머시마 : 머스마(사내아이)의 영주식 표현
- 사나 : 사내(사내아이)
- 사우 : 사위
- 아재 : 아저씨
- 아지메 : 아주머니(식당 이모님께 아지메라 하는 사람은 토박이일 확률이 높습니다.)
- 얼라 : 어린아이
- 할베, 할바이 : 할아버지
- 할메, 할마이 : 할머니
- 할바시, 할마시 : 할아버지, 할머니가 미울 때 사용하는 표현으로 사용하면 안 됩니다.
- 아바이, 어마이 : 아버지, 어머니. 주로 조부모님들이 부모님을 지칭할 때 사용합니다.
2) 신체
- 궁디 : 궁둥이, 엉덩이
- 눈까리 : '눈'을 낮게 표현하는 말
- 다리몽데이 : 다리
- 등따리 : 등
- 멀크데이 : 머리카락
- 모강지 : 목
- 무르꼬베이 : 무릎, 무릎관절
- 복상시 : 복숭아뼈
- 주디 : 입
- 터라구 : 털
- 움직임, 상태
- 공구다 : 가두다, 재워놓다
- 낑구다 : 끼우다
- 남사시럽다 : 부끄럽다
- 농때이 : 농땡이
- 널찌다 : (내 의지와 상관없이 무언가가) 떨어지다.
- 디다 : 피곤하다, 힘들다
- 디베다 : 뒤지다, 뒤집다.
- 딜따보다 : 들여다보다
- 떨구다 : (나로 인해 무언가를) 떨어뜨리다
- 마치맞다 : 딱 맞다, 알맞다
- 무다이 : 무단하게
- 문대다 : 문지르다
- 부애난다 : 부아난다
- 빠내다 : 빼다
- 뿔자 : 부러뜨려(※ 단독으로는 사용하지 않고 뒤에 '가' 또는 '부래'를 붙여 같이 사용합니다.)
- 뿐지르다 : 부러지다, 부러뜨리다
- 자시다 : 드시다
- 쌔가 or 쌧디 빠지다 : 정말 힘들다, 열심히 노력했다.
- 쌔비다 : 훔치다
- 쑤구리다 : 숙이다
- 야물다 : (음식 등이) 단단하다
- 자부럽다 : 졸리다
- 절단나다 : 큰일 나다(상태가 멸망, 파국 정도의 급으로 심하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 주끼다, 지끼다 : 지껄이다(청자가 화자의 이야기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인 경우)
- 짜메다 : 묶다
- 쫄로리 : 줄줄이
- 찡기다 : (어딘가에)끼다, (차에)치이다
- 파이다 : 좋지 않다
- 날짜, 시간
- 아래께 : 며칠 전에
- 고단새 : 그 사이에
- 대반 : 단 번에
- 아까멘치로 : 아까처럼
- 하마 : 벌써
- 감각, 미각 감정
- 새그럽다 : 시다
- 짜굽다 : 짜다
- 씨굽다 : 쓰다
※ 달다는 여러 가지 표현이 혼재되어 있어 고유한 단어가 없습니다.
- 꼬시다 : 고소하다, 꼴 좋다
- 쿤네 : 불쾌한 냄새
- 똥쿤내 : 똥냄새
- 남사시럽다 : 부끄럽다.
- 미깔시럽다 : 얄밉다
- 디뻣꺼지다 : 뜨거운 것에 데여 살갗이 벗겨지거나 벗겨질 뻔하거나, 벗겨질 것처럼 뜨거웠다.
- 방향
- 이짜 : 이쪽
- 저짜 : 저쪽
- 저-짜 : 정말 먼 저쪽
- 고짜 : 그쪽
- 여 : 여기
- 저 : 저기
- 거 : 거기
- 우에 : 위에(앞에 주로 방향사 '저'가 앞에 붙습니다.)
- 우로 : 오른쪽으로, 위쪽으로(상황과 억양으로 뜻이 바뀌니 잘 알아들어야 합니다.)
- 어서 : 어디서
- 가 or 가세이 : 구석
- 명사
- 한데 : 바깥, 찬 곳
- 구데이 : 구덩이
- 웅데이 : 웅덩이
- 솗다 : 정신 사납다.
- 무꾸 : 무우
- 봉다리 : 봉지
- 정구지 : 부추
- 짠지 : 김치
- 곤짠지 : 무말랭이
- 말래이 : 말랭이
- 몽두이 : 몽둥이
- 사까래 : 삽
- 가시개 : 가위
- 꼬재이, 꼬채이 : 꼬치, 꼬챙이
- 돔배기 : 상어고기
- 베루빠 : 벽
- 저분 : 젓가락
나. 회화용 단어
- 가와 : 가져오렴
- 내다 : 여보세요? 응 나야
- 맹 : 어차피, 어찌됐건
- 메란 : 메란다이, 메란도 없다 등으로 사용되는데 쉽게 개판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 메란다이 : 손쓸 도리가 없는 사람(개판인 사람)
- 메란도 없다 : 상황이 정말 좋지 않다(개판이다)
- 밥머 : 밥 먹으렴
- 밥멌나 : 밥 먹었니?
- 보소(모르는 사람에게 사용할 때) : 저기요, 익스큐즈미
- (여, 저, 거) 보소 : (여길, 저길, 거길) 보세요
- 아이래 : 아니야
- 아이래요 : 아니에요
- 어예 : 어떻게, How
- 일나 : 일어나
- 일났나 : 일어났니?
- 어른요 : 어르신, Sir
- 형요 : 형, 형님, 형씨
- 아이고 (가족)요 : 아이고 (가족)분, 대체 왜 그러셨나요.
- 더와 : 더워
- 추와 : 추워
- 지와 : 지워
- 치와 : 치워
- 손시라 : 손 시려
- 주소 : 주세요, 주십시오
- 하시소 : 하세요
- ~마시소 : ~마세요.(ex : 하지마시소, 그러지 마시소)
- 내비래 : 내다 버리렴
- 구부래 : 구부리렴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영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들조차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것이 적어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영주 사투리는 상당한 매력을 가진 말이라고 생각하기에 이러한 상황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이 전통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영주가 고향이신 분들에게는 공감을, 타지 분들에겐 재미와 매력을 주는 포스팅이 되길 바라면서 오늘의 글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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