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앵그리 짜파구리 -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게 된 사연 깊은 라면

짜파구리가 개발된 것은 정확하진 않지만 정식으로 세상으로 나온 시기는 2013년 MBC 예능인 '아빠! 어디가?'입니다. 바이브 윤민수 씨의 아들 윤후가 너무나도 맛있게 먹는 모습이 방송을 타게 됐고 히트하게 되었지요. 그리고 2019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서도 짜파구리가 등장해 다시 재조명되기도 했습니다.

 

인기에 힘입어 2020년 4월 21일. 농심에서는 앵그리 짜파구리를 정식으로 출시하였습니다. 이 제품은 어떻게 변했고 어떤 맛을 가지고 있을까요?

 

 

1. 이젠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따로 구매하지 않아도 돼

분명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이 녀석을 만들기 위해서는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구매해야 했습니다. 이제는 짜파구리가 정식으로 출시되었기 때문에 근처 마트나 편의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컵라면과 봉지 라면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저는 컵라면보다 봉지 라면을 선호하기 때문에 봉지 라면을 홈플러스에서 4봉에 4,280원에 구매하였습니다.

 

2. 제품의 구성

구성은 짜파게티와 동일하게 면과 분말스프, 후레이크, 조미유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후레이크는 너구리 후레이크를 따 온 것으로 보이는데요. 너구리 모양의 어묵, 미역, 당근, 다시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다시마는 너구리처럼 한 장으로 들어있는 것이 아니라 잘게 잘려 후레이크 안에 들어있습니다. 짜파구리를 만들 때 국물의 비중이 없거나 적기 때문에 다시마를 면을 끓일 때 사용하고 버리거나 다시잘라야 했었는데, 이제는 그냥 한 번에 끓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분말스프는 색에서 차이점이 느껴지는데요. 짜파게티보다 붉고, 너구리보다 검은빛을 띄고 있습니다. 

 

3. 더 이상 전문성이 필요하지 않은(?) 간편해진 조리과정과 맛

짜파구리를 끓일 때 짜파구리 요리사가 가지고 있어야 할 기술은 너구리 분말스프 비율 조절 능력이었습니다. 대부분 너구리 분말스프를 1/2 정도 넣었는데 아무래도 두 라면의 분말스프를 섞이다보니 염분이 높은 라면 특성상 하루 섭취량을 돌파하고도 남을 정도라 짜파구리 요리사가 양조절을 실패할 경우 엄청나게 짜게 느껴졌습니다.

 

또한 짜파구리의 치명적인 구조적 단점은 한 봉을 먹고 싶어도 라면을 두 봉 구매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양을 적게 먹는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라면 한 봉을 희생해야 했는데, 음식을 남기면 안 된다는 부모님의 가르침을 어길 수밖에 없게 돼 혼자 있을 때 짜파구리를 먹고 싶어도 양적 부담감과 죄책감을 느낀 적이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짜파게티와 같은 조리 방식, 한 봉으로도 짜파구리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간편함으로 더 이상 전문 기술(?)과 불필요한 라면의 낭비를 하지 않고도 짜파구리를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맛은 기존 방식의 짜파구리와 비슷하면서 안정된 맛을 가지고 있습니다. 매운 맛은 사천 짜파게티보다 조금 더 맵고 짜게 느껴졌습니다.

 

이렇게 편한 점이 강력한 장점이지만 조금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저는 후레이크의 다시마를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다시마의 식감을 좋아하지 않아는 저는 너구리나 짜파구리를 끓일 때 다시마 육수를 우리고 나서 다시마는 버리는 식습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짜파구리는 후레이크에 잘게 잘려있다 보니 걸러내기 힘들게 되었는데요. 이 다시마가 무게가 있어 자연스럽게 조리가 끝나면 면 밑에 깔려버려 다 먹고 나면 다시마만 남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이 점이 호불호 요소가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짜파구리는 재미있는 호불호의 요소가 하나 더 있는데요.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던 녀석이었다가 오랜 시간 뒤에 출시되었기 때문에 기존 짜파구리의 맛에 길들여져 이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있는 것입니다. 종류가 다른 두 라면을 섞어 정형화되지 않은 거칠고 와일드한 맛이 매력이기 때문이죠. 물론 저는 라면 끓이는 것도 귀찮아져 이 제품에 적응해 나갈 것 같습니다.

 

 

4. 사천 짜파게티와 비교하자면?

짜파구리를 먹어보신 분은 '사천 짜파게티와 무슨 차이가 있는 거지?'라는 궁금증이 생길 것이라 생각됩니다. 두 라면 모두 같은 족보와 비슷한 결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전 아까 말씀드린 다시마 후레이크의 호불호 여부 또는 두 제품 중 싼 것을 드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