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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스팀덱 수령기

가흥동야생마 2022. 12. 29.

스팀덱-수령기-섬네일

2022년 12월 17일. 스팀덱이 한국에 정식 발매되었습니다. 많은 스팀 게이머들이 그날을 기다리며 설레는 하루하루를 보냈었는데요. 정작 그들이 느낀 것은 모든 걸 태워버릴 분노였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여러분들에게 '분노의 스팀덱 수령기'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1. 12월 첫째 주 - 가슴 설레는 구입 안내 메일

스팀덱을 살지 말지 오랜 시간 고민하다가 8월 말에 예약을 한 저는 계약 후 신차가 출고되길 기다리던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빨리 수령해도 3개월 정도는 기다려야 할 테니 조바심 나지 않게 신청한 것을 잊어버리기 위해 노력했으니까요.

 

인고의 4개월이란 시간을 보내던 12월 첫째 주. 평온할 일상을 깨는 메일이 도착했습니다. 코모도에서 상품이 준비되었으니 3일 내에 결제를 진행하라는 메일이었죠. 한꺼번에 거금이 빠져나가 속이 쓰렸지만 바라던 스팀덱을 직접 접할 수 있어짐에 기분 좋게 결제를 마치고 발매일을 기다렸습니다.

구입-안내-메일

이때 제가 의아했던 점은 '17일이 토요일인데 왜 이렇게 어중간한 날에 발매를 하는지' 였지만 코모도가 한국이 아니라 일본에 있는 회사다 보니 '우리나라 정서와 달라서 그런 것이겠지.' 하며 넘겼습니다. 아마도 비극은 그때부터 시작됐을지도 모릅니다.

 

 

2. 기다리던 정식 발매! 그러나...

전역 7일 남은 말년 병장의 시간처럼 짧지만 긴 시간을 보낸 저는 겨우겨우 고대하던 17일을 맞이했습니다. 조금 늦게 결제한 점과 지방에 사는 점 등으로 당일에는 받아보지 못할 것이니 최소 크리스마스이브 전날까지는 받아볼 수 있겠다는 시나리오가 머릿속에 그려졌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많은 분들이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왔고 저보다 먼저 받는 분들이 있을 테니 대리만족을 느끼고 싶던 저는 스팀덱과 관련된 커뮤니티에 들어가 글들을 확인하였습니다.

 

하지만 제 예상과 달리 게시판에는 많은 분들이 받지 못했다는 글뿐이었습니다. 하나하나 읽어보니 확실히 뭔가가 잘못되어가고 있고 그 여파가 저에게도 적용될 것이라는 확신이 생기자 슬금슬금 가슴속에서 무언가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3. 왜 하필 한국인 거죠? - 예상치 못한 운송과 통관 문제

비극이 발생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코모도에서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예상치 못한 운송 및 통관 문제로 한국만 12월 26일부터 배송이 재개된다는 것이었죠. 연락을 해도 시원찮을 판에 꽤나 시간이 지난 뒤에 말이죠.

 

사람 마음이란 것이 참 묘한 게 배송이 밀려 12월 말에 받는 것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을텐데 배송처에서 지연되고 있다는 연락을 받으니 분노가 치밀이 올랐습니다. 도대체 왜 내가 피해를 입어야 하는가에 대한 심리뿐이었습니다.

사과-메일

이런 기분에서 메일을 다시 읽어보니 내용이 좋게 보일 리 없었습니다. '운송 및 통관 문제가 발생하였으나 위기를 극복하고 성공적으로 해결했으니 30일 전까지는 받을 수 있다.'라는 내용이었는데 이럴 거면 애초에 문제가 생겼으면 안 되는 게 맞는 말일 테니까요. 하나 긍정적인 것은 이번에는 구체적으로 기한을 명시해 줬다는 것이니 마지막으로 한 번 믿어보자는 마음으로 분노를 삭히며 다시 인고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4. 기다리던 송장은 떴지만 기분은 가라앉아

다시 1주일을 버티는 중에 코모도에서 연휴 공지를 올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다시 분노가 끓어올랐습니다. 비상근무체제로 들어가도 시원찮을 판에 본인들 쉰다고 연휴 공지를 올린 것을 보니 괘씸하기 그지없었으니까요. 약속한 30일까지 배송이 되지 않는다면 빨리 받아도 1월 중순에 받게 될텐데 그렇게 되면 저는 정식 발매 후 1달이 지나고 나서 스팀덱을 만지게 되는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었으니까요.

 

이때부터 지금 쓰고 있는 마음을 담아 스팀덱을 수령하는 과정을 작성할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어지간하면  제가 만족한 것들만 포스팅하려 노력하고 평가가 좋지 않은 글은 제외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는데 이 사건에 대해서는 만족감과 상관없이 꼭 작성해야겠다는 사명감으로 상황과 감정 상태를 차분하게 기록하고 정리하였습니다. 택배는 CJ 대한통운으로 발송한다 했기에 대한통운 앱을 설치하여 매일매일 송장이 떴는지도 체크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기다리던 송장 번호가 뜬 것을 제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때 저는 잔물결처럼 평온한 마음으로 조용하게 욕을 뱉었습니다. 다시 겪고 싶지 않을 만큼 묘한 기분이었습니다.

예약-메시지

 

5. 다음에는 이러지 않았으면

이런 우여곡절 끝에 저는 스팀덱을 수령할 수 있었습니다. 과정을 차치하고 택배를 개봉할 때 쾌감은 이 모든 것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좋았지만 배송받기 전까지의 제 기분을 생각해 보니 생각보다 만족감이 높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제 받은 사람이라 과거가 되었지만 이후에 구입한 사람들에게는 이런 비극이 없기를 진심으로 바라면서 포스팅을 매듭짓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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